*먼저, 오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위클리 이커머스의 고만두입니다. 지난주에 어떤 구독자 분께서 현재의 이야기도 좋지만 과거를 되짚어 보면 어떻겠냐는,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은 롯데가 주제예요. 최근 5년 동안 롯데 리테일, 특히 이커머스에 대해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소소한 재미가 있기를 바라며!
롯데, 내리막길이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롯데는 우리가 알만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은 모두 하고 있는 회사예요. 그런데 롯데 5년 매출 추이 그래프만 봐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건 알 수 있어요. 백화점, 슈퍼마켓, 마트는 전부 5년 내내 매출 하향세네요. 이전부터 시작해온 슈퍼마켓, 마트는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롯데온은 태어난 지 갓 1년 된 신생 앱입니다. 작년 4월에 유통 계열사 (홈쇼핑,백화점,마트,슈퍼 등등) 7개를 합친 통합 앱을 하나 출시했어요. 한 달 이용자 수를 비교해보면 ~90만명이 안되는데요. 쿠팡이 2천만명, 11번가가 900만명, G마켓이 600만명인 걸 비교해보면 굉장히 작은 수치죠.
거래액 규모로 보면요. 작년에는 약 7조 정도 달성했고 19년에는 10조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3년간 매년 +20% 성장하고 있는데, 롯데 이커머스 거래액은 시장 성장세의 절반도 못 쫓아가고 있어요. 동 기간 내에 쿠팡 55%, 네이버 46% 인데... 더 말해서 뭐합니까. 슬프기만 합니다
롯데온 그리고 롯데 이커머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첫째. 고객들이 원한 롯데온의 모습은 이게 아닐 텐데요.
단언컨대 롯데는 모든 카테고리의 가격대 별로 상품 군을 보유한 리테일 사업자예요. 쿠팡이 없는 명품 (백화점이 있으니까), 네이버가 잘 못하는 신선 식품 (슈퍼가 있으니까), SSG가 못하는 전자 가전 (하이마트가 있으니까)을 누구보다 다양하게 많이 들고 있는 사업자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롯데온 출범하면서 오픈 마켓까지 시작했어요. 800만 개였던 상품 개수가 7500만 개나 됐어요. 검색 가능 상품 수로만 치면 포탈/서치 사업자인 네이버 만큼이나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점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단점으로 만들었어요. 표지 처럼 맨 처음에 랜딩 페이지 하나만 만들고 백화점, 마트, 슈퍼프레시, 면세점 등 기존에 있었던 앱들을 연동 시켰어요.
예를 들면, 롯데온에서 ‘양키캔들’을 검색하면 백화점, 마트, 면세점의 모든 상품들이 같이 검색되어요. 동일한 상품들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1300개 정도 나와요. 검색 결과만 보면 1300개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요. 하나하나 눌러봐야 이게 오픈마켓인지, 롯데가 매입한 상품도 인지, 유통 기간이 임박한 할인 상품인지 알 수 있어요.
차라리 “1물 1가" 형태로 보여주면 어땠을까요? 동일한 상품을 다 노출 시키는 게 아니라 가격을 다 묶어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걸로요. (예. 네이버) 아니면, 판매 채널을 하이라이트 하는 것도 있어요. (예. 카카오톡) 백화점인지, 일반 셀러 인지, 아울렛인지 한눈에 볼 수 있게요. 롯데온은 상품 필터링과 Browsing 관련 theme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굳이 모든 판매 채널을 합쳤어야 했을까요? 백화점은 글쎄요. 백화점 vibe를 불러올 수 있는 독자적인 killer app으로 만들어야 오프라인의 백화점 소비가 온라인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요. 게다가,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크는 카테고리가 명품인데요. 명품 브랜드들은 아직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아요. 파페치, 네타포르테처럼 명품 브랜드들을 불러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둘째, 이커머스 조직이 진두지휘하기 어려운 사내 구조
이커머스 조직을 볼까요. 롯데 쇼핑에서 백화점 사업부 옆에 이커머스 사업부가 (사진속 핑크색) 있어요. 그런데 백화점 사업부 밑에는 또 ‘이커머스 부문’이 있고요 (사진속 보라색). 해당 부문에 수장으로 최근에 ebay 출신을 영입해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살펴보니, 롯데마트 조직도나 하이마트 조직도에도 이커머스 팀들이 있어요. 롯데마트 밑에는 ‘DT 부문'이 있는 등. 이런 구조는 롯데온의 플랫폼과 각 계열사들의 플랫폼은 여전히 같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롯데 홈쇼핑이나 롯데 하이마트는 본인 플랫폼에만 관심 가질 뿐, 롯데온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 핫하다는 라이브 커머스도 홈쇼핑, 하이마트 별도 앱 플랫폼에서만 하려고 하지 롯데온은 찬밥 신세입니다.
이커머스와 관련된 인재, 역량들이 모두 전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요즘에는 이커머스와 관련된 트랜드 / 경쟁사 대응 (이를테면 라이브 커머스, 중고 커머스 등) 차원에서 모두가 속도전으로 참전하고 있는데요. 롯데 같은 구조에서는 의사 결정이 느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게다가 디지털 역량들도 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일관된 고객 경험 주기도 어렵고, 오퍼레이션 실행력도 느릴 거라고 봐요.
이런 건 어때요? (고만두 뇌피셜)
롯데 홈쇼핑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롯데 백화점은 명품 플랫폼으로.
이제는 헤쳐 모여를 할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롯데 홈쇼핑은 거래액 약 4조원으로 GS 홈쇼핑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업계 선두 주자입니다. (롯데가 1등인 유통 채널이 있다는 게 반가운 소식일 정도입니다)
요즘 플랫폼 업체들이 자주 살펴 보는 인수 기회 중 하나가 홈쇼핑일 정도로, 라이브 커머스에 필요한 모든 역량은 고스란히 홈쇼핑 회사에 다 있어요. 제품 소싱/기획 역량(MD), 영업 역량까지. 게다가 롯데 홈쇼핑은 업계 내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봐요. 근데, 지금은 티비에서 하고 있는 방송을 똑같이 앱에서 송출 하는 것 밖에 되지 않고, 이용 고객들도 4060일 텐 데요. 이참에, 1030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롯데 백화점 앱은 명품 전문 플랫폼으로 가는 겁니다. 명품을 명품 답게 팔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거에요. 지금은 이게 마트 플랫폼인지, 슈퍼 플랫폼인지 헷갈릴 정도로 별다른 메리트가 없어요. 다만, 명품 플랫폼의 핵심은 계속 들어와서 볼만한 컨텐츠에 있다고 봐요. 일반 일상 소비에 비해 명품 소비는 빈도가 굉장히 떨어지죠. 그럼에도 불구, 계속 들어 오게 끔 하려면 Browsing/exploring을 할만한 컨텐츠를 줘야 된다고 봐요.
버티컬 공략은 맞다고 봅니다만… 중고나라요? 저라면 29cm 혹은 무신사로 봅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좀 더 young generation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버티컬 플랫폼에 투자하는 건 이커머스에서 모두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봐요. 향후 성장세도 가장 두드러지는 플랫폼 유형이기도 하고요. 그게 패션, 뷰티, 펫, 리빙, 그로서리가 되었든 간에.
그런데, 중고나라라뇨? 중고나라는 거래액은 높을 지언정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지 못한 플랫폼이고, 게다가 30대 이상이 굉장히 많이 쓰는 플랫폼이에요. 특히 카테고리로는 전자 용품이 일부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제외하고 나서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카테고리가 없어요. 약 3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는데요, 같은 돈이라면 명품 중고 커머스 플랫폼이라든지, 신발 리셀 플랫폼이라든지 보다 특색 있고 차세대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봐요.
중고나라를 떠나서요. 롯데 쇼핑이 작년 기준으로 현금이 약 2조원 가까이 있어요. 이 현금과 인수 금융을 써서 ebay를 인수도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ebay 보다는 29cm 혹은 무신사에 투자해 보면 어떨까요. 무신사는 일단 기업가치가 2조원이 넘기는 하는데요, 우리나라 패션 버티컬 플랫폼으로는 거래액 1등이에요. 그리고 롯데가 원하는 2030은 모두 여기 와있고요, 패션 회사지만 커뮤니티 베이스로 컸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을 성장 시키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29cm는, 스타일 쉐어가 인수한 온라인 편집샵/미디어 커머스예요. 스타일 쉐어는 10대가 이용하는 필수 앱이고, 중고등학생 고객 인터뷰를 하면 인스타 만큼이나 시간을 많이 보내는 sns로 기능하더라고요. 29cm는 거래액 1500억, 매출 250억 정도의 회사인지라 규모감으로는 굉장히 작지만, 마치 매거진을 보면서 쇼핑하는 느낌을 주는 미디어 커머스로의 역할을 다져가고 있어요. 요즘 스타일쉐어와 29cm를 묶어서 2~3천억 정도의 벨류에이션 이야기를 하던 데요. 저라면 여기에 배팅해 보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내용에 대한 피드백, 더 알고 싶은 주제와 관련해서는 하단의 링크로 들어가셔서 코멘트 남겨 주시길 부탁 드려요.
저는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모두들 일찍 퇴근하시기를 *.*
4월 15일 목요일 고만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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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생각해볼 인사이트들이 많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점심에 커피 한잔하며 가볍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