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요일에 돌아오는 고만두입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주제는 리셀 시장이에요. 저에게 요즘 국내에서 제일 핫한 커머스 유형을 꼽으라 한다면, 리셀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밑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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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리셀 시장의 Landscape : 크림과 솔드아웃이라는 투탑
리셀은 한정판 품목을 사 놨다가 프리미엄을 붙여서 다시 파는 것을 말해요. 이미 사용한 제품을 할인하여 파는 중고와는 다른 시장이에요. 국내 리셀 시장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크림, 무신사의 솔드아웃 2강 체제로 굳혀졌어요. 그 외에 다른 플랫폼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서비스를 대부분 중단한 것으로 보여요.
업계에서 크림은 올해 보수적으로는 5~6천억의 거래액, 공격적으로는 1조원의 거래액까지 보고 있어요. 솔드아웃은 작년에 100억, 올해 월 평균 120% 성장률의 거래액으로 크림 보다는 작지만 2위의 사업자로 예상되는데요. 버티컬 커머스의 원탑인 무신사가 올해 1.5조원이 예상되고, 지그재그가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리셀 플랫폼이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게다가 크림은 런칭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국내에서 두각을 보인지는 얼마 안되어 보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유니콘들이 있어요. 미국에서는 GOAT와 Stock X가 중국에는 부동의 1위인 Poizon이 있어요. GOAT는 $2B (약 3.5조원)의 거래액에 $3.7B (약 4.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어요. 중국의 Poizon은 회원 수만 4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요.
특히 GOAT와 Stock X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중국 공략하기 위한 별도 앱을 런칭 한다든가, 홍콩에 검수 센터를 새로 구축하고 있어요. 게다가, 1주일 전 Stock X는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어요. 과연 Stock X는 크림 / 솔드아웃을 이길 수 있을까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볼게요.
2. 리셀의 큰 손들 : 도대체 누가 이걸 어떻게 왜 하는 걸까
리셀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모를까. 일반 구독자분들 입장에서는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리셀 소비자 / 판매자들의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해보아요.
보시다 보면, 리셀 사업자들의 신사업 확장도 추측 가능하실 거예요 :
기본적으로 패션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많은 MZ 세대 : 트랜드에 굉장히 민감하며 연예인 (특히 래퍼) 들의 콜라보 상품들에 굉장히 열광함. 웃돈을 주더라도 한정판을 사는 것에 특별함을 느낌. 내가 한정판을 입고 있다는 “부심”이 막강함.
웃돈을 주고 사는 상품들은 “스트릿 스타일”의 스니커즈와 티셔츠류 : 슈프림, 팔라스, 스투시, 베이프, 오프 화이트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들임. 그치만 이런 스트릿 스트릿 스타일이더라도 시즌 지나게 되면 싫증 남. 짧게 입고 치운다.
눈 빠지게 기다리는 “발매 정보” : 한정판이다 보니, 발매 정보를 발 빠르게 아는 것도 중요함. 국내에서는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곳이, 네이버 카페 ‘나이키 매니아’. 그래서 최근, 크림이 나매를 인수하기도 했음.
“온라인 구매”가 당연한 리셀러 : 한정판이다 보니 추첨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추첨 대상자도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도 아주 빈번. 때문에, 온라인 결제와 국제 배송을 당연하게 생각함.
그러다보니, 리셀러들은 “해외직구도 아주 능숙” : 한정판, 희귀템, 빈티지 아이템등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은 상품들에 대한 니즈가 대단함. 이런 니즈를 충족 하기 위한 해외 직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리셀은 또 다른 한정판 구매를 위한 “펀딩 수단" : 헤비 리셀러들은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패션 아이템을 구매함. (이들이 구매하는 브랜드가 트렌디한 하이엔드이기 때문에 사실 당연함) 이 신품 구매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 리셀을 하면서 돈을 마련함.
3. 리셀에서 중요한 사업 역량 : 대체 돈은 누가 벌고 있는 거지?
리셀을 온라인 커머스로 풀어서 사업을 잘한다고 하는 국내외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상품 (셀러) 소싱 역량 : 조던 레트로 하이, 블랙 모카 색깔에다가, 270 사이즈를 누가 갖고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거래액의 Scale을 높이려면 한정판 아이템들을 쟁이고 있는 리셀러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팔 물건이 없으면 살 사람도 모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크림은 “Style”이라는 인스타 같은 탭을 만들어서 실제 리셀러들 + 패션 마니아 (잠재 리셀러들)이 매일 같이 들어와서 요즘 트랜드를 explore하고, 놀 수 있도록 했어요.
SKU (품목) 관리 역량 : 어쩌면 신발이 제일 까다로운 패션 아이템일지도 몰라요. 브랜드도 많고, 다양한 컬렉션도 시즌 별로 나오죠, 게다가 사이즈는 250부터 300까지 옵션이 많잖아요. 이렇게 variation이 많은 상품들이, 아주 쉽게 플랫폼에서 한 두번의 클릭으로 검색되어야 해요. 그러려면, 각각의 상품 별로의 속성을 다 따서 database 화 시켜 놔야 합니다. 크림 / 솔드아웃 써보시면 어떤 패션 플랫폼 보다 검색과 필터링이 쉽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정품 감정 : 누군가가 사서 조금이라도 썼던 제품을 산다는 것은 찜찜 하잖아요. 1~2만원 짜리 상품들도 아니고, 소위 브랜드들 제품인데 가품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다 보니, 플랫폼 차원에서 ‘크림에서 인증한 100% 정품이며 아닐 경우 3배 보장합니다’ 라고 하면 일단 안심이 되긴 되죠.
일반적으로 해외 플랫폼들은 거래 금액의 8~10%를 수취하는데요, 이를 통해 정품 감정, 품질 보증, 제품 보관/관리 오퍼레이션을 전개해요. 그런데, 국내 리셀 시장의 선도 주자인 크림과 솔드아웃은 판매 수수료가 없어요. 사업 모델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봐야겠죠?
사실, 정품인지 아닌지를 감정하는 일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물건을 위탁해서 받아 두는 물류창고도 지역 별로 필요하고요. 이 모든 것은 다 자본이 요구되는 일인데요. 두 회사 모두 든든한 모회사가 있어서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거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이런 경쟁 상황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아 왔던 소형 스타트업들은 일찍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을까 싶어요.
4. 리셀 시장 관전 포인트 : 그리고 Stock X는 한국에서 살아 남을까?
아까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리셀족들은 패션에 굉장히 밝고, 해외 직구에도 거리낌이 없는 트렌드 세터족이기도 해요. 그래서, 일찍이 Stock X나 Goat는 Primary 시장 (일반 리테일) 으로도 진출했어요. 리셀족들이 좋아할 만한 명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파페치, 네타포르테 같은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죠. 그런데, 럭셔리 명품 브랜드들은 다소 온라인 판매, 특히 제 3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의 판매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Goat는 발렌시아가 및 Mcqueen 등 350 여개의 하이엔드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정 수량 공급을 보장 받았어요.
Stock X는 카테고리와 무관하게, 리셀을 할 수 있는 모든 희소한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패션 빈티지 아이템은 물론, 전자기기로도 확대했어요.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5의 리셀이 작년, 올해에 걸쳐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트레이딩 카드 (스포츠 선수나 유명인 인쇄한 카드)도 추가된 아이템이에요.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면, 어쩌면 이런 플랫폼에서 고가의 미술품들도 충분히 거래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국내에서도 그런 조짐들은 계속 보여지고 있어요. 크림에는 럭셔리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 라인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Small Leather라고 해서, 카드 지갑 같이 명품에 입문하기 좋은 아이템들이나 디올 스니커즈 같이 대표 명품 브랜드들도 구색에 들어오고 있어요. 점진적으로 명품 사입 비즈니스를 확대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 보여요. 게다가, 리셀 업체는 아니지만, 무신사는 명품 시장을 공격적으로 진출 하겠다고도 했어요. 정품 럭셔리 편집숍인 무신사 부티크를 오픈 했는데요. 무신사가 직접 100% 정품임을 검증한 상품들을 사입 해와서, 판매하는 모델이에요. 아직 럭셔리 전문 플랫폼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업체는 없기에, 한번 추이를 지켜볼 만할 것 같습니다.
자, 한 가지 더 - Stock X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했는데요. 업계에서는 다소 냉랭한 반응인 것 같아요. “수수료도 안 받는 크림과 솔드아웃을 이길 수 있겠다고?” 라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Stock x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리셀은 개개인의 리셀러들로부터 충분한 물량 확보가 중요한데요. Stock x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북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의 리셀러로부터 물량을 공급 받아 더 막대한 Inventory를 갖고 있고, 훨씬 더 많은 구색을 보유할 것으로 생각되어요. 반대로, 플랫폼에 판매하는 셀러 입장에서는 내 제품을 보다 비싸게, 보다 빨리 판매해줄 수 있는 곳이 더 매력적일 거예요. Stock x는 최종 구매자도 글로벌에 모두 포진 되어 있으니, 크림과 솔드아웃과 붙어 볼만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더 궁금한 부분, 오늘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은 하단의 링크로, 혹은 메일 회신으로 주시면 다 읽어 보고 있답니다.
그럼 우리는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기로 다음 주에 만나요!
10월 8일 금요일
만두
디테일이 느껴지는 글이네요